6월 27일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되며 22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됐다.

5월 30일 개원 이후 28일 만이다. 어렵게 22대 국회가 모습을 갖춰 출범한 만큼 그동안 놓쳤거나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진지하게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여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매한가지다.

압권은 법사위의 민주당 정청래 위원장의 언행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5일 여당 간사 선임의 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게 “저기요, 그런데 위원님 성함이 어떻게 돼요?”라고 물었다. 반대당인 여당 재선의원을 심하게 조롱한 셈이다.

유학에서는 인간이 갖춰야 할 덕목을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 다섯 가지를 오행이라 해서 이 다섯 가지 가운데 한가지 만 갖추고 나머지를 갖추지 못한 사람을 사(4)가지가 없는 사람(놈)이라고 경멸했다.

정 위원장은 계속해서 유 의원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했다. 유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누가 공부를 더 하고 누가 덜 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국회의사당 내에서 오간 대화가 이 정도이니 그야말로 유치찬란이다.

누가 국회법을 더 공부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이전에 국회의원으로서의 격과 사람으로서의 기본적 소양부터 갖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위원장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방식과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춰 대해야 한다.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해병대원 특검법’ 청문회에서 “수사 중이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을 10분씩 퇴장시켰다.

군복을 입고 있는 장성에게 그는 “어디서 그런 버릇이냐,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 일어나라”고 하자 임 전 사단장은 바로 일어섰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 인가” “또 끼어드느냐. 퇴장해라. 반성하고 들어 오라”는 치욕적인 언사를 동원했다고 한다.

이시원 전 공직기강 비서관에게는 “시원하게 답변하라는 뜻이 이름에 담겼느냐”는 말장난까지 했다. 이건 봉숭아학당 수준이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한발 들고, 두 손 올리고 서 있으라고 하라”며 조롱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로 난형난제다.

완장을 찼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서는 그런 언사를 동원할 수 있을까.

무릇 군인들이란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명예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군인이 잘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군인이라도 최소한의 예의와 격식을 갖춰 대해야 한다.

그 군인 한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도 군복을 입고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다른 모든 군인, 나아가 우리 공동체 전체를 위해서다.

해병대 예비역 단체들은 지난 27일 대규모 집회를 열어 “해병대를 능멸 말라” “해병대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국회 법사위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과 함께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 수많은 공직 임명 대상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주관한다.

그때마다 국회는 후보자들의 재산과 이력, 그리고 인격까지 가혹하게 검증한다.

그런 인사청문회를 주관하는 법사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스스로의 인격 파괴, 인성파괴를 마치 무슨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이라니, 막말도 거의 전매특허를 낸 듯하다.

이번 청문회에서의 행태는 민주당 장악 국회에서도 완장을 찬 사람 같았다.

국회의원인 국회 상임위원장을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품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도 당 보스에게만 잘 보이면 얼마든지 상임위원장이 돼 아무나 모욕하고 조롱하는 한국 정치 현실을 이대로 바라보기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많은 유권자의 생각일 것이다.

법사위에서의 저질 공방이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과방위에서 오간 ‘자격 미달’ ‘전과 X범’ 논쟁도 낯뜨겁고 섬뜩하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국힘의 김장겸(전 mbc 사장) 의원을 지목해 “피감기관인 MBC와 민사 소송 중”이라며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돌연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대며 전과를 열거했다. ◾A 의원 전과2범 ◾B 의원 음주운전 전력 ◾C 의원 전과3범 ◾D 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이라고 꼬집었다.

OECD 35개국 가운데 한국 국회의 효과성은 34위라고 한다.

그러나 세비는 3위(국민소득 대비)다. 생산성 불균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일같이 정치를 희화화하고,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될 정도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의원들에게 이런 특권을 퍼주는 게 과연 옳은 건지 생각하게 한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