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군사동맹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포괄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확대회담과 단독회담을 마친 뒤 “오늘 서명한 포괄적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북한과 소련이 냉전 시대인 1961년 체결한 이른바 ‘조소 우호협조와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조항’의 부활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가 대북 제재 허물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국제사회는 두 사람의 만남을 ‘위험한 거래’로 주시해왔다.

우선, 글로벌 신냉전 구도에서 본다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북방 삼각과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 간 전략적 불균형의 심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북방 삼각은 핵동맹이다. 주지의 사실처럼 러시아는 세계 최다 핵보유국이고 북한과 중국은 핵질서를 역행하면서 급속하게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핵무력을 증강하는 나라들이다.

이번 협정으로 북한은 푸틴의 유라시아 전략 속으로 더욱 깊숙이 통합됐다.

반면, 남방 삼각은 비핵국인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핵우산에 운명을 내맡기는 형국이다.

한일 관계는 안보 협력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을 뿐이어서 동맹이란 아직 먼 나라 얘기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더욱 힘을 받을 북한의 핵무력과 재래 군사력의 고도화가 평양의 모험심을 자극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북핵 고도화에 적잖게 기여해온 러시아가 국제사회나 안보리의 북핵 제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북핵 고도화를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격이기 때문이다.

절대 과신, 과장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러 밀착에 불편함을 느끼므로 이것을 활용하면 된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는 북한이 불필요하게 되므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레드라인을 넘지않을 것이다”라는 등의 분석도 있다.

상대적 약소국가인 한국이 지혜롭게 활용해야 하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나 도도하게 흐르는 큰 물결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겠는가?

아무튼 예상을 뛰어넘는 조약 수위에 우리 정부는 2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카드라는 초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해왔으나 이에 대한 재검토를 처음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가 금지선을 넘은 만큼 우리도 상응한 조처를 할 수 있다는 압박인 셈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후 한러 관계가 악화하긴 했으나 두나라는 상황관리 필요성에 그래도 공감해왔다.

푸틴도 북한을 방문하기 전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라고 밝혀 모처럼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분다는 기대가 있었으나 푸틴은 제대로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지금 세계 핵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 군축 진전과 신흥핵무장국의 등장을 통제해왔던 핵확산 금지조약 체제 덕에 20세기 핵질서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는 NPT를 탈퇴하고 핵으로 무장한 북한이 핵 초강대국인 미국을 향해 핵공격을 직접 협박하고 한국을 향해 핵사용 도발을 위협하면서 기존의 핵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핵질서에 대해 미 행정부는 핵군축과 비핵화만 강조하고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9일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북중러의 핵 증강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핵무기증강을 건의하는 미국전문가위원회의 초당적인 요구에 귀 기울이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이런 핵증강 다짐을 이용해 우리는 북한 김정은의 핵 위협에 맞서 미국에 대한 추가적인 주문과 함께 우리의 군사 대응 태세를 완비해 나가야 한다.

러시아의 2,000여 개와 북한이 늘려가는 수십 개와 비교할 때 미국의 전술핵무기 수는 턱없이 적다.

우리는 미 행정부와 의회에 요청해 동북아 지역에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증강 배치할 수 있도록 주문해야 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한반도에서 기울어진 전략균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우리의 핵 옵션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류근찬

통일이답이다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

제 17대, 18대 국회의원